직원 뽑아도 대표 일이 안 줄어드는 회사의 공통점

공여사들 달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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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상담에서 사업만 10년 하신 B2B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표인데, 제 일이 하루 종일 카톡 뒤지는 일이 됐어요."

고객 관리부터 응대, 자료 확인, 직원들 카톡 내용까지 하나하나 직접 챙기다 보니 죽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노션에도 이것저것 쌓아 두셨지만, 결국 모든 일을 본인이 붙잡고 있으니 자기 삶이 없어진다고요. 10년을 버텼는데 사업을 접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님은 아무것도 안 해본 분이 아니었습니다. 직원도 있었고, 업무 분장도 되어 있었고, 노션도 쓰고 계셨고, 카톡 업무방도 부서별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10년 치 자료에 매뉴얼까지, 겉으로 보면 이미 시스템을 갖춘 회사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직원 수가 늘고 오래된 직원이 생겨도 대표님 일은 줄지 않았습니다. 직원은 버젓이 월급을 받는데, 고객 카톡은 여전히 대표가 확인하고, 중요한 자료는 대표가 다시 찾아 주고, 맡긴 일은 며칠 뒤에 대표가 다시 물어야 했습니다.

"그거 어디까지 됐어요?"

"그때 고객이 뭐라고 했었죠?"

"제가 보내드린 자료는 보셨나요?"

회사에 직원은 있는데, 모든 일이 대표님 머릿속을 한 번씩 거쳐야만 굴러가고 있던 겁니다.

이번 글에서 다룰 관행은 이것입니다. "카톡에 대화가 남아 있으면 업무도 관리되고 있다고 보는 방식"입니다. 작은 회사에서는 대화로 일을 시키고 대화로 보고를 받아도 큰 문제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당장은 굴러가니까요.

하지만 구조 언어로 바꾸면 문제는 단순합니다. 회사가 시킨 일이 끝날 때까지 남는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대화는 있는데 업무 단위는 없고, 지시는 했는데 완료 여부는 사람에게 물어야만 아는 상태입니다.


카톡은 대화는 남겨도 업무는 남기지 못합니다

카톡은 좋습니다. 빠르고, 익숙하고, 따로 교육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표가 말하면 직원이 바로 읽고, 급한 파일도 즉시 주고받습니다. 작은 회사일수록 카톡을 놓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카톡을 쓰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카톡에 지시가 많으면 업무도 관리된다고 보는 방식입니다.

카톡으로 일한다고 해서 적어 둔 말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기록은 남습니다. 다만 눈앞에 남지 않습니다. 1분 전, 3분 전에 보낸 지시도 다른 대화에 밀려 금세 위로 올라가 버립니다.

"방을 나누면 되지 않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회사 메신저를 방별로 열어 보십시오. 업무가 지시 단위로 모여 있습니까? 스레드로 이어 놨다 해도, 그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그 대화를 여는 그때뿐입니다. 일주일, 한 달, 세 달이 지나면 그 일은 회사에 없던 일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신입을 뽑아 놓고 "슬랙에 다 있어"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그 망망대해에 직접 던져져 봐야 압니다.

지난주에 신메뉴를 돈가스로 할지 김치찌개로 할지 얘기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일을 최종적으로 어떻게 하기로 하고 대화가 끝난 건지, 카톡에는 정확히 남지 않습니다. 일주일 뒤 누군가 묻습니다.

"그래서 그거 뭘로 정했어요?"

그때부터 다시 며칠 치 카톡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거창한 결재 화면을 만들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적어도 일하는 자리라면 그 일을 끝냈는지, 누가 처리했는지, 언제까지 했어야 하는지가 묻지 않아도 보여야 합니다. 대표가 직원에게 물어야만 진행 상황을 아는 자리라면, 그건 업무 관리가 아니라 대화입니다.


알림에 기대는 업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럼 카톡창을 하루 종일 띄워 두거나 알림을 더 보내면 되지 않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아침에 못 일어날까 봐 알림을 10개, 20개씩 1분 간격으로 걸어 둡니다. 그래야 밤에 마음이 놓이니까요. 업무를 카톡과 슬랙으로만 받으면 딱 이 상태가 됩니다. 알림 하나 놓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종일 긴장한 채 일하게 됩니다.

아무리 꼼꼼한 사람도 알림은 놓칩니다. 기기를 바꾸다 다음 날 알림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놓친 건데 "아침에 멘션한 거 못 봤어? 읽음 표시 떴던데" 소리를 들으면 억울합니다. 이 상황에서 아쉬운 소리를 듣는 건 언제나 알림을 놓친 사람입니다. 알림밖에 안 되는 카톡에 일을 시켰다고 지적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상사가 다시 묻습니다.

"그거 하고 있는 거예요, 안 하고 있는 거예요? 언제 가져올 건데요?"

아까 대답했고 지금 하고 있는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일할 마음이 사라집니다. 시킨 사람도 불안하고 받은 사람도 불편한 이 자리 자체가 문제입니다.


오늘 한 일이 회사에 남지 않으면 매번 처음입니다

여기까지는 일을 놓치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소기업 대표님들이 정말로 힘들어하시는 건 따로 있었습니다. 시킨 일이 제대로 끝나지 않아 결국 대표가 처음부터 다시 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직원을 뽑아도 대표 일이 늘기만 합니다.

신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몇 년 된 직원도 대표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업무에 반영하지 못해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일을 하긴 하는데 결과물 수준이 매번 낮게 나옵니다. 지난번에 했던 걸 찾아만 봐도 될 텐데, 처음 하는 일도 아닌데 똑같이 오래 걸립니다. 실력이 늘지 않고 제자리를 맴돕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더 뽑아도 대표 일은 줄기는커녕 늘어납니다. 오늘 하는 일을 계속 카톡에만 쌓아 두면, 그게 회사 자산이 되고 직원 실력을 올려 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죽어라 일했는데 그 일이 회사 실력으로 돌아오지 않는 겁니다.

우리 회사에 같은 말, 같은 설명이 반복된다면 직원 하나가 자꾸 잊어서가 아닙니다. 오늘 한 일이 회사의 기억으로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제는 카톡이 아니라 일하는 자리였습니다

여기까지 보셨다면 카톡과 슬랙을 유일한 업무 공간으로 쓰긴 어렵다는 걸 아셨을 겁니다. 문제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스크롤에 밀려 보이지 않으니 챙기지 못합니다. 둘째, 알림에만 기대니 대표도 직원도 불안한 채로 일합니다. 셋째, 그렇게 고생해도 오늘의 경험이 회사 자산으로 남지 않습니다.

한창 사업을 키우던 대표님들이 직원을 데리고 일하다 한계를 세게 느끼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일이 많아서만 힘든 게 아닙니다. 일이 끝날 때까지 남지 않고, 끝난 뒤에도 회사 실력으로 돌아오지 않으니 힘든 겁니다.

그럼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카톡방을 더 잘게 나누고, 공지로 고정하고, 알림을 더 키우면 될까요. 잠깐은 나아 보입니다. 하지만 본질은 그대로입니다. 카톡과 슬랙은 아무리 손을 봐도 기본값이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은 대화가 아니라 Task로 일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 문제로 찾아온 대표님들께 가장 먼저 말씀드리는 개념이 두 가지입니다. 워크스페이스와 Task입니다. 어렵게 들리지만 오늘은 이렇게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Task는 일을 담는 단위이고, 워크스페이스는 그 일들을 같은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제가 다녔던 LG유플러스도 이렇게 일했습니다. 모든 업무가 Task를 기준으로 잡혀 있어 놓치는 일이 없었습니다. 알림을 놓칠까 봐 직원이 조마조마할 일도 없었습니다. 날짜가 지나도 끝나지 않은 일은 담당자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습니다. 대표가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Task 위에서 이런 일이 알아서 굴러갑니다.

이 두 개념이 맞물리면 시킨 일이 새지 않고, 알림을 못 볼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무엇보다 오늘 한 일이 회사 자산으로 남습니다. 다음 담당자가 와도 앞사람이 해 둔 일을 보고 얼추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두꺼운 매뉴얼까지 가지 않더라도요.

같은 규모, 같은 사람인데 어떤 회사는 이걸 몰라 대표가 10년째 카톡을 뒤지고, 어떤 회사는 이걸 적용하고 세 달 만에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좀 살 것 같습니다."

차이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그 일을 어디에 남기느냐, 어떤 방식으로 남기느냐의 차이였습니다.


업무를 자리에 남기면 대표의 하루가 바뀝니다

일을 대화가 아니라 자리에 남기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건 직원이 아니라 대표의 하루입니다.

Before

  • 고객 카톡을 대표가 직접 확인하고, 중요한 자료도 대표가 다시 찾아 줍니다.
  • 맡긴 일이 끝났는지 며칠 뒤에 대표가 직접 물어봐야 압니다.
  • 새 직원이 오면 대표가 처음부터 다시 붙어서 설명합니다.
  • 어제 결정난 일도 카톡을 거슬러 올라가야 다시 확인됩니다.

After

  • 오늘 확인할 일, 마감이 임박한 일, 멈춰 있는 일이 같은 자리에 보입니다.
  • 완료 전까지 일이 담당자에게 남아 있어 대표가 챙겨 묻지 않아도 됩니다.
  • 새 직원은 앞사람이 남긴 일을 먼저 보고 질문만 들고 옵니다.
  • 지난 결정이 업무 자리에 남아 있어 다시 뒤질 필요가 없습니다.

대표가 "빠뜨린 게 있나" 걱정하며 대화를 거슬러 올라가는 대신, 자리에 앉아 오늘 볼 일만 차례로 봅니다. 그렇게 아낀 시간과 체력을 매출과 고객, 앞으로 회사를 어디로 데려갈지에 씁니다. 직원도 "내 일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안정감을 갖고 일합니다.


대화는 지나가도 업무는 남아야 합니다

오늘은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대화는 지나가더라도, 우리의 업무는 남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 회사도 일이 자꾸 대표에게 되돌아온다면 문제는 대표님의 능력도 직원의 태도도 아닙니다. 일이 대화 위에만 얹혀 있는 자리 자체입니다.

공여사들도 이걸 말로만 이야기한 건 아닙니다. 2년 가까이 직접 쓰고, 찾아오는 대표님들을 상담하면서 작은 회사에 필요한 표준 업무 시스템을 수백 번 고쳤습니다. 업무, 고객, 일정, 회의록이 한 공간 안에서 연결되도록, 대표가 매번 설명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대표님이 얻어 가실 건 노션 기능이 아니라, 대표에게 몰리는 일을 어떻게 끊어 내는지 그 실마리입니다. AX와 시스템을 고민하는 10인 미만 소기업 대표님이라면, 웨비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자리부터 만들어야 하는지 감이 잡히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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