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형]직원 1명에 의존하던 커머스 대표가 가장 먼저 뜯어고친 것

공여사들 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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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바뀌면 일도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작은 회사는 보통 이번 달 매출, 광고 효율, 재고 확인처럼 눈앞의 문제부터 챙기게 됩니다. 당장 팔아야 하고, 바로 대응해야 하고, 하루하루 운영을 멈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활용품 브랜드 바이챈스를 이끄는 정진욱 대표님에게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고민이 있었습니다. 일을 잘 아는 직원이 자리를 비웠을 때, 회사가 지금까지 쌓아온 제품 기획 방식과 업무 기준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사람이 바뀌면 업무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되는 게 소기업의 정말 불편한 점이거든요. 4~5년 정도를 같이 한 직원이 있었는데, 함께 일하는 내내 이분이 퇴사하시는 게 너무 걱정스러웠어요.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요."

오래 손발을 맞춰 온 팀원 한 명의 퇴사를 아침마다 떠올리는 일은, 소기업 대표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걱정입니다. 정 대표님은 회사가 특정 직원의 경험과 역량에 많이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 직원이 자리를 떠나면, 그동안 함께 맞춰온 제품 기획 방식과 판단 기준을 새 사람에게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습니다. 사람을 새로 뽑는다고 바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같은 방식으로 일할 수 있으려면, 회사 안에 고유한 기준이 남아 있어야 했습니다.

세밀한 제품일수록 남길 기준이 많아졌습니다

 바이챈스는 처음부터 큰 자본이나 오랜 기획으로 출발한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코로나 시기,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의 B2B용 핸드타월을 개인 고객에게 팔아보며 소비재 시장에 들어섰습니다. 기업 고객에게는 제품의 기본 스펙이 중요했지만, 일반 고객은 훨씬 더 세밀하게 반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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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님은 타월 하나만 팔아서는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전용 디스펜서를 제작해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은 물건의 기능만 보지 않았습니다. 집 안에 놓았을 때 다른 가구와 어색하지 않은지, 매일 쓸 때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작은 소음이나 작동 방식까지 살폈습니다. 생활용품은 한 번 눈에 거슬리면 계속 신경 쓰이는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초기 대나무 뚜껑을 적용한 제품을 판매했을 때 큰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대나무 재질은 습기를 머금으면 불어나고 건조해지면 줄어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뚜껑은 일정한 크기로 맞아야 하는데, 사용 환경에 따라 잘 들어가지 않거나 스스로 튀어 오르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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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임 들어올 때 진짜 미칠 것 같더라고요. 결국 들어온 요청은 전부 환불해 드리고, 가지고 있던 300~400개 제품도 다 그냥 폐기했어요. 나중에 완전히 새 제품을 만들어서 리콜까지 다 해드리고 나니까 결국 제가 편해지더라고요."

이 경험 이후 정 대표님의 제품 기획 방식은 더 분명해졌습니다. 고객이 불편하다고 느낀 지점은 끝까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이후 센서형 디스펜서를 기획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센서가 너무 예민해 세제가 낭비되는 문제, 어두운 색 수세미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처럼 실제 사용 장면에서 생기는 불편을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매일 쓰는 물건이라면, 작은 불편도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의 기억에 회사가 기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세밀하게 확인한 개발 과정이 담당자 한 사람의 머릿속에만 남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제품을 챙길수록 남겨야 할 내용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어떤 샘플이 언제 들어왔는지, 어느 부품을 바꿨는지, 테스트 결과가 어땠는지 남겨야 했지만 실제 업무 방식은 여전히 아날로그에 가까웠습니다.

"어느 게 테스트 버전인지, 언제 테스트했는지 관리가 안 됐어요. 또 기술 하나하나를 다 이해할 수는 없으니까 계속 빠지는 부분이 생겼죠. 핵심 인재가 나가고 나면 다 제가 직접 챙겨야 하는데 체력적으로 큰 한계를 느꼈습니다."

종이에 프린트해서 파일로 철해두는 방식은 금방 한계가 보였습니다. 나중에 과거 문서를 찾으려 서류철을 열어봐도 작성 날짜가 빠져 있거나, 왜 수정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품 테스트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샘플을 받고, 문제를 발견하고, 다시 요청하고, 또 확인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사람의 기억에만 남아 있으면, 담당자가 바뀌는 순간 앞뒤 맥락을 다시 찾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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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순간은 담당자의 부재가 몇 번 겹쳤을 때였습니다. 며칠 자리를 비운 사이 새 클레임이 들어오거나 다음 발주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정 대표님은 어느 샘플이 마지막 승인본이었는지, 어떤 부품을 왜 바꿨는지를 서류철에서 하나씩 다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매번 밤늦게까지 파일을 뒤지고, 담당자에게 통화로 앞뒤를 맞춘 뒤에야 겨우 다음 단계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밤이 반복되면서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운 며칠에 회사의 판단이 멈추는 구조는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담당자는 많은 정보를 혼자 떠안고 있었습니다. 정 대표님에게 회사 차원의 업무 체계는 직원의 업무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습니다. 좋은 직원이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일하게 돕고,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안전망이었습니다. 회사에 일이 많아질수록 한 사람의 기억력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 회사 차원의 업무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큰 회사용 프로그램은 작은 팀에 맞지 않았습니다

정 대표님은 처음에는 규모 있는 회사들이 쓰는 관리 프로그램을 떠올렸습니다. 큰 회사의 업무 방식이라면 작은 회사의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ERP를 도입해 보기도 했습니다. 전문가가 세팅해 주는 프로그램이라면, 그동안 불편했던 부분이 한 번에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제일 유명한 ERP를 도입해 봤는데, 2~3개월 쓰고 해지했던 기억이 나요. 이 일을 하려면 어디를 가야 하는지 메뉴 찾는 것부터 되게 복잡하게 되어 있었거든요."

영업 담당자가 찾아와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해 주고 사용법을 알려주었지만, 막상 실무에 적용하려니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해야 할 일을 처리하기 전에 메뉴 위치부터 찾아야 했습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는 일 자체가 또 하나의 업무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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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이 많은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작은 팀에 꼭 맞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직원이 매일 열어보고 바로 쓸 수 있어야 했습니다.  제품 기획 방식, 담당자가 확인한 테스트 내역, 고객 응대 과정이 어렵지 않은 형태로 남아야 했습니다. 새 도구를 배우느라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열어보면 지금 해야 할 일과 이전에 확인한 내용을 바로 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말로 하던 인수인계가 문서로 남았습니다

업무 절차를 글로 남기는 체계를 만든 뒤 가장 먼저 달라진 부분은 인수인계였습니다. 이전에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옆 사람에게 물어보고, 그래도 모르면 대표가 다시 처음부터 설명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했고, 알려주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부담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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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소싱팀 직원분이 새로 들어오셨는데, 업무 매뉴얼이 너무 잘 돼 있어서 인수인계 더 안 해주셔도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저한테는 되게 짜릿한 순간이었습니다."

신규 입사자의 반응은 정 대표님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제 인수인계는 담당자가 모든 내용을 말로 설명하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새로 들어온 팀원이 업무 매뉴얼 메뉴를 먼저 읽고, 업무 절차를 따라가며, 막히는 부분만 정확히 질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설명을 듣기 전에도 회사가 어떤 순서로 일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알려주는 사람은 같은 설명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고, 배우는 사람은 눈치 보지 않고 먼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가 바쁠 때도 새 팀원이 혼자 멈춰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회의에서 나온 일이 담당자에게 그대로 넘어갑니다

여러 명이 함께 일할 때 자주 놓치는 지점은 회의가 끝난 직후입니다. 회의 중에는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끝나고 나면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흐릿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로 가볍게 요청하면 요청한 사람도 잊기 쉽고, 들은 사람도 다른 업무에 밀려 놓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회의가 끝나면 회의록 메뉴에 합의된 내용을 요약하고, 거기서 나온 할 일을 담당자의 업무 요청 메뉴로 바로 넘깁니다. 요청 배경, 목표, 주의해야 할 사항까지 작업 페이지 안에 함께 남깁니다. 담당자는 별도의 긴 설명을 듣지 않아도 페이지를 읽고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내 메신저 사용량도 줄었습니다. 수정 사항이나 추가 피드백이 필요하면 해당 작업 페이지 안에 댓글을 남기면 됩니다. 화면을 캡처해 채팅방에 보내고, 어떤 일인지 다시 설명하고, 관련 파일을 다시 찾는 일이 줄었습니다.

담당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줄었습니다. 요청받은 일에 배경과 목표가 함께 붙어 있으니, '이거 어떤 맥락에서 나온 요청인가요' 하고 되묻지 않아도 됩니다. 며칠 뒤에 다시 열어봐도 무엇을 왜 하기로 했는지 스크롤 몇 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옆 팀원과 논의한 내용도 같은 페이지 아래 댓글로 남아 있어, 담당자가 자리에 없을 때 대신 대응해야 할 사람도 앞뒤 상황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묻지 않아도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 대표님이 매일 자주 확인하는 영역은 프로젝트 관리 메뉴입니다. 새로 추진해야 할 기획이 생기면 보드에 올리고, 단계를 나눈 뒤 세부 항목을 하나씩 붙입니다.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아도, 페이지를 열면 과거에 어떤 테스트를 했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관리 진행 탭을 제일 많이 봅니다. 일하다가 한 번씩 검수 알림이 오고 완료 알림이 딱 오면, 아 이게 잘 알아서 굴러가고 있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너무 감사한 거죠."

마케팅 업무도 같은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콘텐츠 관리 보드에서 기획부터 제작, 검수, 발행까지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달 광고 매체의 타깃을 어디에 둘 것인지 먼저 적고, 성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같은 페이지에 남겼습니다. 이전에는 담당자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던 일이, 이제는 보드를 열면 바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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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입장에서도 편해진 부분이 뚜렷했습니다. 매일 아침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대표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보드를 열면 이번 주에 자신이 맡은 항목이 위에 걸려 있습니다. 옆 팀원이 어디까지 진행했는지, 다음 단계로 넘기려면 누구의 검수가 필요한지도 같은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진척을 파악하려고 짧게 회의를 잡거나 메신저로 되묻는 일이 줄어드니, 담당자는 방해 없이 자기 업무에 집중할 시간을 오래 확보하게 됐습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쌓인 기록은 고객을 설득하는 콘텐츠로도 이어졌습니다. 상세페이지에 모두 담기 어려운 개발 비하인드, 고객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바꾼 부분, 테스트를 거친 이유를 블로그 글로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회사의 업무 기록이 내부 자료에 그치지 않고, 고객에게 브랜드를 더 잘 이해시키는 무기가 된 것입니다.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회사의 자산으로 남깁니다

정 대표님은 사업을 오래 이어가는 일을 개인의 발전, 가정의 평안과 같은 무게로 봤습니다. 잠깐 유행하는 제품으로 매출을 빠르게 만드는 것보다, 오래 갈 수 있는 단단한 회사를 만드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새 제품을 낼 때도 속도만 보지 않고, 고객이 실제 쓰는 장면을 확인하고 불편을 다시 고치는 일을 묵묵히 반복했습니다.

"핵심 인재의 이탈이 회사의 존속을 불투명하게 한다면 무조건 명확한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그 누가 와도 이 일을 똑같이 해낼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 그거야말로 기업의 진정한 지속 가능성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고객이 느끼는 부분도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클레임이 들어오면 담당자가 과거 이력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어떤 부품을 언제 왜 바꿨는지 페이지에서 바로 확인해 하루 안에 원인과 대응을 안내합니다. 상세페이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을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어떤 시행착오를 지나 지금 형태가 됐는지가 회사 안에 남아 있어, 신제품을 낼 때마다 개발 근거를 그대로 옮겨 담아 전할 수 있습니다.

작은 브랜드일수록 뛰어난 한 사람의 감각이 다음 제품의 완성도를 좌우합니다. 그 감각이 사람의 기억에만 머물면 회사는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지금 잘하는 담당자의 판단 기준을 회사의 자산으로 옮겨 둬야, 그 사람이 떠나도 남는 사람이 읽고 이어받을 수 있고, 대표가 매번 처음부터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작은 팀이 무엇을 어떻게 남겨야 하는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해보세요.